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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안네의 일기_안네 프랑크 어둠 속에서 찾는 희망

by Forever_Student 2025. 6. 11.

「안네의 일기」

1. 들어가면서

 「안네의 일기」 는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2차 세계대전 전쟁 중 2년 간의 은신처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에 대해 안네 프랑크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 일기장, ‘키티’ 를 편집하여 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안네 프랑크 본인에 의해 발간된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안네 프랑크는 1945년 2월 말 또는 3월 초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은 안네의 사후,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1947년에 발간되었다.

 일기장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조력자였던 미프 하이스의 기지 덕분이었다. 1944년 안네 일가의 은신처가 발각되고 안네를 포함한 은신처 동거인 8명이 수용소로 잡혀간 직후 미프 하이스가 안네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가져온 덕분에 이 일기장의 내용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인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행위)의 대상이었던 유대인 소녀에 의해 작성된 일기이다. 이 책에는 안네가 2년 간 은신처에서 살면서 느꼈던 그녀의 가족, 그리고 함께 동거인과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1944년 8월, 안네의 은신처가 발각된 시점엔 유럽 국가들이 독일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다.

2. 안네의 일기가 쓰여진 당시 유럽의 전시 상황은 '어둠 속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

 이 책은 1942년 ~ 1944년 사이에 쓰여졌다. 이 시기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판도가 연합군 우위로 바뀌고 있는 시점이었다. 추축국의 주요 국가였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세력 확장 속도가 둔화되고, 연합군의 반격이 성과를 내면서 점차 추축국의 영토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전황에 대한 일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창문 밖으로 영국군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에 폭격이 떨어져 많은 이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연합군의 공세가 강해질수록 안네와 가족들은 포격 소리와 기관총 소리를 자주 듣고 두려워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언급되는데 안네는 이를 D-Day 라고 불렀다. 라디오를 통해 D-Day 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는 종전에 대한 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안네와 가족들은 당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은신처를 두고 있었다. 당시 네덜란드엔 많은 유대인들이 전쟁을 피해, 특히 홀로코스트 정책을 피해 피난 온 상황이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중립국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독일도 중립국은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피난 이전에도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던 나라여서 재기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도 이런 이유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피난 갔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결국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독일은 1940년 5월 9일 중립국이었던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네덜란드가 영국의 상륙작전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독일이 침공하기 얼마 전 네덜란드도 다급히 전시 준비를 하긴 했으나 늦었다. 독일군의 강력한 공세에 네덜란드는 속수무책이었고, 침공한 지 8일만에 네덜란드는 독일군에 항복한다.

 

 독일에 점령당한 네덜란드는 강제적으로 독일의 홀로코스트 정책에 동참해야 했다. 비밀경찰 조직을 꾸려서 네덜란드 내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찾아 수용소로 보내는 일을 했다. 안네의 은신처가 발각될 때에도 독일군 장교 1명과 네덜란드 비밀경찰 3명이 들이닥쳤었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희망이 보였으나, 종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독일군에 발각된 것이다. 

 

3. 안네의 일기로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관계

 안네는 좁은 은신처에서 여러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교류할 수 있는 이들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사회에서 그녀는 가족, 그 외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중 가장 눈여겨 볼 만한 관계는 안네와 그녀의 부모와의 관계이다. 그 첫 번째가 아버지 오토 프랑크와의 관계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존경과 존중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오토 프랑크는 안네의 일기 전반에서 가족과 은신처 동거인 사이에서 좋은 리더로 그려진다. 호출장을 받은 뒤 빠르게 은신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휘하고, 은신처 동거인 간의 마찰을 조율하는 모습 등을 통해 오토는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아버지로서도 오토는 꽤 훌륭했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은신처에서는 자녀들의 고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동거인들이 안네와 마찰이 생기면 안네의 편에서 그녀를 변호하기도 한다. 

 안네는 그러한 아버지의 인품과 행동을 존경한다. 안네에게 아버지는 허락을 구하는 대상이고, 훌륭한 자식으로 보이고 싶은 대상이다. 오토 프랑크에 대한 안네의 사랑은 각별해서 그녀의 아버지가 안네의 언니를 칭찬하거나 안아주면 강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녀는 일기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빠의 진정한 애정 – 딸로서만이 아니라 ‘안네’라는 나 자신에 대한 애정’ 이라 표현하며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특히 안네는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와의 관계는 아주 좋지 않은데, 이와 달리 아버지와의 관계는 특별하게 생각하는 모습에서 ‘딸은 아버지를 좋아한다.’ 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 관계는 그녀의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와의 관계이다. 앞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존경과 존중이라는 긍정적 관계였다면 어머니와의 관계는 정반대이다. 

 

 안네는 오래 전부터 어머니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기 속 안네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가 단지 어머니이기 때문이라는 구절들에서 두 모녀 간의 거리가 소원한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에디트가 그녀보다 언니 마르고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땐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항상 그녀를 먼저 야단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에디트도 안네의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종종 관계 회복을 시도하지만 그 때마다 그녀는 안네가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친다. 

 안네에게 사춘기가 오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안 좋아진다. 사춘기 시절 안네는 에디트와의 관계가 나쁜 것의 원인은 에디트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에디트는 안네를 딸보다 친구로 생각해왔다고 말한다. 안네는 친구같은 엄마보다 본받을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엄마를 더 필요로 한다. 둘의 다른 가치관이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세 번째 주목해 볼 관계는 친구인 페터 판 단과의 관계이다. 페터 판 단은 안네의 가족들과 함께 은신처에 살았던 판 단네 가족의 자녀로, 안네가 어릴적부터 함께 해 온 친구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이가 페터 판 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의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마다 그의 성격은 다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페터 판 단이 은신처에 처음 왔을 땐,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은신처 생활 초반에만 하더라도 페터 판 단의 생활 대부분은 다락방에서 고양이 무쉬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소극적인 성격은 페터의 부모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페터의 어머니 페트로넬라 판 단의 신경적이고 편집증도 조금 보이는 모습을 보면, 은신처로 오기 전에도 페터의 어머니는 페터의 활동을 꽤나 통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네는 어릴 적부터 페터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때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은신처에서 만나게 된다. 안네의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에 페터는 조금씩 안네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안네는 사춘기가 시작되고 부터는 그를 이성으로 보기 시작하고 페터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둘 사이에 마르고가 잠시 엮이는 일이 생기긴하나, 오해로 밝혀진 뒤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페터는 안네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은신처 초반엔 안네에게 말을 걸지도 못 했고, 말을 더듬거리기도 했지만 나중엔 안네가 페터의 방을 나설 때까지 말을 계속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안네를 통해 자신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기에선 ‘그는 애정에 굶주리고 있는 거야.’ , ‘페터는 심한 열등감에 빠져 있어.’ 등으로 안네가 생각하는 페터의 상황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후 시간이 지날수록 페터는 안네에 대해 점점 의지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안네가 그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그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에 편해졌던 것 같다. 안네도 이를 느끼고 있었고,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기대는 관계는 과연 건강한 사랑의 관계일까? 페터 판 단은 안네에게 점점 의존적이게 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사랑에 있어서 연인 간의 관계’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4. 마치며

 「안네의 일기」는 내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가족 간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와 같은 사회적인 것들부터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과 극도로 통제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까지. 그녀가 일기를 통해 남긴 것들은 이 글에 남긴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책을 읽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더 조사하면서 민족주의가 잘못 발현되면 어떻게 되는 지 알 수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기장 전체를 통틀어 보여지는 안네의 밝고 쾌활한 면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좁은 다락 공간에서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고 가족 외 다른 이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녀와 같이 밝은 모습을 보이는게 비정상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정말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했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녀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작은 어려움에 크게 상처받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긴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내가 젤 힘들다는 식의 대화를 할 때가 있다. 그런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치유된다기보다 더 불행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내 상황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녀의 삶과 우리의 삶을 비춰봤을 때, 과연 우리 삶의 어디가 그녀보다 더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나는 좀 더 행복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소확행을 추구하기로 했고,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내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