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트 오브 더 씨> 와 <모비딕>
2015년, 영화 <하트 오브 더 씨(Heart of the sea)>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1820년 침몰했던 포경선 에식스(Essex)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식스호는 1819년 낸터킷 섬에서 항해에 오른다. 그러나 15개월 뒤 남태평양의 한 가운데서 길이 30m, 무게 80톤짜리 성난 향유고래의 습격을 받고 침몰하게 된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은 구명 보트 세 척에 나눠탄 채 표류하게 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참한 선택을 하게 되고, 21명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8명뿐이었다.
에식스호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허먼 멜빌은 ‘향유고래에 공격당해 침몰한 포경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모비딕>이라는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 <모비딕>은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 되었고, 미국과 서구 현대 문학의 대표하는 고전 소설이 되기에 이른다.
나는 영화 <하트 오브 씨>를 통해 소설 <모비딕>의 소재에 대해 한 번 접해본 적이 있었다. 영화는 에섹스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논픽션 영화이다. 이번 인증 과정 도서에서 <모비딕>을 보았을 때, <하트 오브 씨>의 이야기를 허먼 멜빌은 어떻게 풀어나갔는 지 궁금해졌다. 그것이 내가 소설 <모비딕>을 읽게 된 이유였다.
2. 시대적 배경
소설 <모비딕>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세기 미국은 포경산업이 한창 활발했던 시기이다. 당시 포경산업이 발달하게 된 데는 고래에서 추출되는 고래기름이 큰 몫을 했다. 당시 사람들은 고래 기름을 사용하여 램프의 불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양초, 비누 등 생활 필수품의 원료가 되었고, 원양어선과 열차의 윤활유, 피부 미용유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고래 기름은 활용되고 있었다. 고래기름은 석유화학공업이 발전하여 석탄/석유가 주 원료가 되기 전까지 주로 사용된 기름이었다.
고래 기름에 대한 수요가 절정에 이를 때엔 먼 바다에 나가 고래를 잡고, 기름만을 채취한 뒤 고기는 바다에 버리는 일도 흔했다. 소설 <모비딕>에서도 고래를 잡아 기름을 추출한 뒤엔 남은 고래 사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있다. 당시 원양어선에는 엄청난 양의 고래 고기를 제대로 보관 처리하여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3. 인간의 욕망에 대해
소설 <모비딕>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은 이스마엘이다. 우리는 이스마엘의 관점에서 포경선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에이허브 선장과 모비딕의 대결이다.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을 죽여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나는 에이허브 선장이 표출하는 복수심을 보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어떻게 인생을 파괴시키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은 수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욕망이란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의미한다. 욕망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살아남겠다는 마음도 생존의 욕망이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도 부에 대한 욕망이다. 이러한 욕망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기준점이 되고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 방향성이 되어준다. 즉, 어떤 이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 있어 욕망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욕망은 우리 각자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욕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거 수많은 위인들이 업적을 남길 수 있던 근간은 그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상에 대한 올바른 욕망 덕분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위기에 빠진 조선 백성들을 구하겠다.’는 욕망이 있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글을 몰라 목숨을 잃는 일을 막고 싶다.’는 욕망을 가졌기에 한글을 창제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좀 더 현대의 위인들을 찾아봐도 그들의 욕망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넬슨 만델라는 ‘흑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안창호 선생은 ‘일제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세상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은 모두 세상을 위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올바른 욕망을 ‘꿈’, ‘목표’, ‘비전’과 같은 용어로 표현한다.
성공한 기업가들도 꿈과 목표, 비전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꿈과 목표, 비전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을 넘어서 세상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창업한 기업들은 세상에 이바지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Google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의 모든 정보에 접근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고, Apple은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Meta는 ‘사람을 연경하고, 전 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고, 공유하고 표현한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Google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이 되었고, Googl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Apple은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Meta는 Facebook과 Instagram을 통해 사람들이 더 많은 이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바른 욕망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세상으로 확장되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 형성한 것이 사회이고, 각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중 올바른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에이허브 선장의 욕망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의 욕망은 ‘모비딕을 죽이고 싶다’는 복수심이었다. 복수심은 이기적인 마음이다. 이기적인 욕망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모비딕>의 결과가 모든 이들의 죽음으로 끝난 것은 에이허브 선장이 가지고 있던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었다. 이스마엘이 살아남은 이유는 이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기 위한 화자였기 때문이다. 에이허브 선장의 잘못된 욕망은 피쿼드호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레이첼호는 끝내 선장의 아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만약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심을 거두고 포경에만 집중했다면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모두 생환하여 낸터킷 항구로 복귀하고, 레이첼호의 선장은 그토록 바라던 아들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4. 우리 사회에 늘어나는 에이허브 선장들
최근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에이허브 선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에이허브 선장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과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5일 발생했던 대전관평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 사건은 ‘내 자식만을 위한’ 학부모들의 잘못된 욕망이 불러온 안타까운 결과이다.
교사 생활을 24년이나 한 베테랑을 죽음으로 몰았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교사에게 4년간 악성 민원을 넣었던 네 명의 학부모들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네 학부모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욕망 때문이었다. 이들은 ‘내가 원하는데로 교사가 행동하기를’ 바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자녀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이 이들에겐 더 큰 욕망이었다. 내가 원하는 데로 교사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들은 곧장 민원을 넣었고, 있지 않은 사실을 만들어 교사가 10여 개월을 조사받게까지 했다.
네 학부모들이 가졌던 잘못된 욕망은 결국 자신들과 자녀,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고, 자녀들은 이제 ‘교사를 죽게 만든 학생’이라는 낙인을 평생 안고 살게 되었다. 학부모들 자신들에게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자신들이 운영하던 가게를 사람들이 손가락질했고, 어떤 이는 가게 운영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팔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들이 다시 일반적인 삶을 살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이 위 사례 외에도 무수히 많다. 잘못된 욕망이 가져오는 결과는 사회에 파멸적인 피해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욕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가져야 할 욕망은 나 자신만을 위한 욕망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위인들과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처럼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욕망이 되어야 한다. 이런 욕망은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욕망인 것이다. 이젠 우리 사회에 에이허브 선장들이 생각을 고쳐먹여야 할 때이다.
5.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
<모비딕>에서 인간은 고래를 결투의 대상으로 보았다. 모비딕과 에이허브 선장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단, 모비딕은 에이허브 선장을 결투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인간인 에이허브 선장만이 모비딕을 자신이 싸워야 할 존재로 여겼을 뿐이다. 모비딕과 피쿼드호가 수 차례 조우했을 때에도 모비딕이 피쿼드호를 피했던 것은 결투를 피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산업 혁명 이후 수많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도시가 확장되면서 우리 인간은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때 선조들은 드디어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사회가 발전하고 윤택한 생활을 위해 빛과 전기를 사용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땅을 파서 석유를 추출한다. 사치품을 유통하기 위해 산에 구멍을 내어 금을 캐내고, 강물을 뒤집어가며 다이아몬드를 채취한다. 남들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동물들을 죽여 털을 깍고, 기름을 추출한다.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동식물들을 죽이는 일도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이 책의 고래 기름처럼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냥 당한 동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무분별한 인간의 사냥 행위는 생태계의 파괴를 이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포경산업이 몰락하게 된 원인이 무분별한 고래 사냥으로 인한 개체 수의 감소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우리는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곳곳에서 수십년 만에 한 번 일어나던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미국 버몬트주에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 도시 전체가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인도에서는 2022년 4월 121년만의 폭염이 찾아왔다. 기온이 50℃까지 육박하였고, 극심한 더위로 날아가던 새들이 추락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극심한 온도 변화로 인도의 밀 생산량이 50% 감소하였는데, 세계 밀 생산 2위 국가인 인도의 생산량 급감은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미국에서는 북동부지역에서 최고 35℃를 넘는 더위에 시달리는 동안 같은 시간 서부 지역에서 50cm 이상의 폭설이 내려 폭염과 눈보라가 동시에 발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러한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가스들의 대기 중 농도가 짙어지면서 온실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매년 해수면의 높이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고, 해수의 온도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소리높여 말한다.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전기 발생에 사용되는 에너지원, 화석연료에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해야 하는 존재이다. 과거처럼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자행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당시 행동의 결과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이상 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빠르게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 기업, 개인이 합심해서 지구 온난화 현상을 지연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면 우리의 후손들에겐 이상 기후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