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근에 찌들어있는 김대리, 그것은 바로 나였다.
2025년 상반기, 나의 회사 생활을 한 마디로 말하면 '야근'의 연속이었다. 매일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1시간 늦게 퇴근했고, 집에 오면 돌이 지난 아들 육아를 하다가, 아이가 자면 다시 야근을 했다. 새벽 1~2시까지 야근은 기본이었고,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한 적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전략기획, 경영관리 및 경영지원 업무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개 팀에서 네 명이 하던 일을 올해는 혼자 하고 있다. 올해 초 작년에 있던 조직이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해체되고, 당시 그 조직에 있던 선임 팀원 한 명과 나 이렇게 두 명이 임원 직속 조직으로 발령받았다. 두 명이서 전략기획과 경영관리, 경영지원을 하는 것도 벅찬데, 그나마도 선임 팀원이 올해 2월 건강 악화로 퇴사를 하게 되면서 홀로 남게 된 것이었다.
임원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HR에 빠른 충원을 요청했으나 충원은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나는 상반기 내내 홀로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었다.
2. 오롯이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았지만, 인정은 받지 못 했다.
그렇게 야근에 찌들어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 했다. 홀로 일을 하니 고생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는 말은 상반기 내내 듣기 힘들었다.
사실, 올해 나에게 이 직무는 온전한 팀이 있어도 쉽지 않은 직무이다.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 핵심 가치를 세 가지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가족과의 시간'인데,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다면 이 가치는 내게 더 중요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년에 임원이 내게 이 직무로의 이동을 권유했을 때 세 번 거절했었다. 마지막엔 의지와 상관없이 발령이 나서 결국 이동하게 되었지만.
하고 싶은 직무도 아니었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제대로 된 인원 구성도 안 되어 있는 상황. 누구라도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냉정하다. 모든 것이 성과 중심이다.
'너는 지금 참 힘든 상황에 있으니, 회사가 기대하는 것보다 80%만 해도 된다.'
이런 식의 성과 평가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회사 생활이다.
'너의 힘든 상황은 알겠으나, 맡은 직무에 120% 성과를 내야 한다.'
이게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내 상황에 대해 다들 동정어린 눈으로 '힘내라'는 말은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면 '실력이 부족하다.',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 '어설프다.' 는 식의 비난 일색이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비즈니스를 1도 모르는 녀석이 전략 기획을 하니 수준이 이 모양이다.' 라는 말도 들었다.
3. 이직을 결심했다.
'비즈니스를 1도 모른다.'
내겐 가장 심한 욕으로 들렸던 말이었다. 내가 바라던 직무도 아니고, 내 상황에 100% 할 수 없다는 것도 말했고, 그 와중에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결과물에 대해 비난 일색인 직속 임원과 그 임원의 상사가 내뱉은 말이 내겐 엄청난 상처가 되었다. 결국 이 말을 들었던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황 증세를 경험했다.
그 날은 차월 목표 달성 방안을 보고했던 자리였다. 그 말을 듣고 회의실을 나오는데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가져갔던 노트북과 펜을 자리에 두고 얼른 사내 카페로 내려가서 자리에 그대로 엎드렸다. 갑자기 손이 떨리고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생각은 멀쩡한데 몸이 제멋대로였다.
'이곳을 떠나야겠다.'
그렇게 처음 공황을 경험하고, 이직을 결심했다.
4. 원미영 대표와 <빌더스 코드>를 만나다.
이직을 결심하고, LinkedIn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막상 이직을 결심하긴 했지만,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인지 확인받고 싶었다. 세 분께 커피챗을 신청하여 조언을 구했는데, 세 분 모두 '얼른 이직해라. 몸이 망가진다.' 라고 말했다. 다만, 이직을 하기에 준비가 부족하니 전문 코칭을 받으라는 의견도 함께 주셨다.
그렇게 커리어 전문 코칭을 누구에게 받을 지 고민하던 차에, 커피챗을 했던 분들 중 두 분이 원미영 대표와 함께 <빌더스 코드> 북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AI시대의 특별한 커리어 생존 전략' 이라는 책의 부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거다!' 싶어서 얼른 참가 신청을 했고, 원미영 대표에게는 LinkedIn을 통해 내 상황을 설명하고 코칭을 신청했다. 그렇게 나는 원미영 대표와 <빌더스 코드>를 만나게 되었다.
5. 나는 야근에 찌든 실행자, 김 대리 였다.
<빌더스 코드>는 여러 페르소나가 등장한다. 그 중 주요 인물이 김 대리와 이은지이다. 김 대리는 회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진급에 실패하면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나는 야근까지 하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회사는 내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마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로 나타난 인물이 이은지이다. 그녀는 그에게 커리어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유도한다. 그녀가 말하는 커리어, 직장은 '맡은 일을 실행하는 곳'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를 설계하는 곳'이다. 여기서 핵심은 '실행'과 '설계'의 차이이다. 김 대리는 그동안 '실행'하는 사람이었고, 그와 달리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했던 박 대리는 '설계'를 했던 사람이었다.
단순히 맡은 일을 열심히 실행하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설계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회사에 회사가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설계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기대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는 회사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박 대리는 일을 설계했기 때문에 회사에 그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진급했던 것이다.
나 역시 김 대리와 다르지 않았다. 주어진 일을 실행하느라 바빴고, 그 일을 새롭게 해석해서 재설계해볼 생각은 하지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토록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가며 했던 일들은 회사로부터 인정받지 못 했던 것이다.
6. <빌더스 코드>는 '빌더(Builder)'로 나를 설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김 대리는 이은지씨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나가며,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진급에 성공하고, 팀장이 되어 People Managing을 경험하고,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후에도 다른 회사에 CPO로 이직하여 자신만의 커리어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사람이 된다. 야근에 찌들어서 회사에 불만이 가득하던 이가 한 회사의 중진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 이은지씨가 함께 하고, 그녀는 그에게 매일 1%씩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매일 1%씩 성장하면 1년 뒤 그 전보다 38배 성장한다.'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매일 1%의 성장'은 내 삶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이기도 하다. 1%씩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나중에 그것이 습관이 된다는 엄청난 복리의 효과가 있다. 반면, 극적인 변화를 통한 한 번의 성장은 그 이후 추가적인 변화를 주지 못한다. 때문에 '매일 1%씩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긴 인생을 잘 살기 위한 핵심이다.
그것이 커리어 관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원미영 대표는 김 대리와 이은지씨를 통해 1% 성장의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었다. 나 역시 이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 어느새 '실행'하는데 치우쳐서 1%의 성장을 지속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7. 책은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빌더(Builder)'가 되라고 말한다.
AI시대에는 '실행'하는 일이 대부분 AI로 대체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사람들이 엑셀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런 일의 대부분은 생성형AI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외에도 정산 업무, 결재 업무, 제작 업무 등 업무의 방식이 패턴화 되어 있는 일들도 AI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빌더스 코드>는 '빌더(Builder)'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빌더는 자신의 일, 나아가 자기 자신의 인생까지 설계하는 사람을 말한다. 설계한다는 말은 의도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말과도 같다. 즉, 전체를 보고,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기존 직업의 직무 기술서만 따라서 일하는 것은 '실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는 결국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앞으로 인간은 자신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사람만이 커리어를 롱런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 역시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고, 나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부터, 업무 방식, 네트워킹, 커리어, 나아가 인생 전반에 대해 설계하는 마인드셋을 훈련하고 있다. 기존에 루틴하게 하던 업무들은 AI 자동화를 배워서 효율화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고, 내가 더 생산적인 시간에는 시장을 읽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더 생산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 집에 와서도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며 내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하고, 한 주 3회 운동을 통해 떨어진 체력도 회복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직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조금씩 보완해나가고 있다. 내게 부족한 리더십 경험, 비즈니스 영어 구사 능력 등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매일 조금씩 실행해나가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매일 하는 것이 바로 '매일 1% 성장하는 것'이다.
8. 내겐 기존과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빌더스 코드>와 원미영 대표는 내게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와 그녀의 책을 적절한 시기에 만나 내 커리어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고, 나아가 내 인생 전체에 대한 접근 방식도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설계'로 바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김대리가 야근에 허덕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이은지씨의 조언에 따라 매일 1%씩 성장했던 발자욱을 그대로 따라가면 나도 내년,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빌더가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