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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양재역에서 마주한 풍경, 그리고 마음의 먹먹함

by Forever_Student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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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역에 가득한 법률 자문 광고

 

1. 낯선 공간, 반가운 얼굴들

6월 12일 목요일, 양재에 있는 영산양재홀에서 열린 글로벌 커리어 특강에 참석했다. 개인 일정 때문에 강의 전체를 듣진 못했고, 아쉽게도 1시간 남짓만 머물렀다. 그럼에도 LinkedIn을 통해서만 연락하던 Michelle Minkyung Kim 님, Brian JY Yoo 님과 직접 인사 나눌 수 있었던 건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강의 내용 역시 인상 깊었다. 하나의 직장에서 오래 머물며 고인물처럼 느껴지던 나에게, 지금의 커리어 트렌드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업무에 대한 시야가 확장되고, 다음 스텝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2. 광고 너머의 삶

이번 특강을 계기로 처음 양재역을 방문하게 됐다.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인상은 '깔끔함'이었다. 평소 내가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1호선 관악역이나 서울역은 오래된 느낌이 강해 어둡고 낡은 이미지가 있다. 반면, 양재역은 밝은 조명과 반듯한 대리석 바닥 덕분에 지하 공간임에도 쾌적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3번 출구로 향하는 지하상가를 지나던 중, 커다란 기둥마다 가득한 변호사 광고들이 눈에 들어왔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광고의 80% 이상은 ‘이혼’, ‘상속’, ‘호적’ 같은 문구로 채워져 있었다. 변호사들이 앞다퉈 지하철에 광고를 낸다는 사실도, 그 광고가 거의 모두 ‘관계의 단절’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꽤 낯설고 먹먹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상속 문제로 다투고, 호적을 변경하는 걸까. 그 수요가 있으니 광고도 존재하겠지만, 이토록 많이? 문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감정의 피로와 관계의 위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더 씁쓸했던 건, 이 광고들이 위치한 양재라는 곳이 흔히 '부촌'으로 불리는 동네라는 사실이었다. 부와 평온은 꼭 함께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금 다가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가족이다.

 

3.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요즘 아이를 키우며 '가족'이라는 가치의 무게를 새삼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였을까. 광고 속 문구를 마주하며, 이혼과 상속, 호적 변경이라는 키워드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 떠올랐다. 누군가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거리 두고, 누군가는 법적 절차로 감정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상처받는 자녀들도 있을 테고.

 

그래서였는지 강의장에 도착한 뒤에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원래는 질문도 잘하고 말도 많은 편인데, 이날만큼은 그저 조용히 강의를 들었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은 정말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다. ‘평범이 어렵다’는 말이 이제는 진심으로 와닿는다. 그저 하루하루 내 가족과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버거운 날이 많다. 서로 보듬고 살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내 코가 석자니 쉽지 않다. 나도 그렇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이 글은 양재역을 다녀온 직후 쓰고 싶었지만, 열흘이나 지나서야 겨우 꺼내게 됐다. 그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이 이제서야 조금은 말로 풀리는 듯하다.

 

모쪼록, 우리 사회에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가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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