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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데이터 분석에서 기획으로, 직무 전환과 함께 고민해 본 업무 역량 그리고 소통에 대해

by Forever_Student 2025. 2. 16.

기획으로 돌아오다.

다시 기획 업무로

 

2025년, 저는 2년 간의 짧은(?)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마무리하고, 과거 4년간 몸담았던 기획 업무를 다시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의 기획 업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영업 기획 업무를 했었고, 지금은 영역이 확장되어서 하나의 사업에 대한 기획 업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제가 기획 업무를 맡은 사업은 LG전자의 홈페이지, LGE.COM 에서의 E-commerce입니다.

기획 업무 중에서도 제가 맡은 주된 업무는 매출과 손익 관리입니다.

 

매출과 손익을 관리하기 위해 매출과 손익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부서들이 해야 할 일의 방향성을 수립하고 이를 점검합니다. 이를 위해 마케팅, 개발, 컨텐츠 등 온라인 사업과 관련된 여러 영역의 부서들과의 회의체를 운영하고, 각 부서별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각 부서들이 가고 있는 방향성이 타 부서들의 방향성과 잘 어우러지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여기에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며 얻은 분석 스킬이 더해져서 좀 더 업무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과거 영업 기획을 했던 시절엔, 영업팀별 매출과 주요 전략 제품들의 판매 수량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치를 찾아내는 수준의 업무를 했습니다. 지금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사업의 각 과제별 핵심 지표(KPI)를 수립하고, 이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치가 발생할 경우 추가 분석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2년 간 경험했던 데이터 분석 업무가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이렇게 보면, '꾸미고 계획한다'는 의미를 가진 '기획' 보다 '중재' 와 '분석' 에 가까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획 업무가 가진 무게감, 그리고 기획에 어울리지 않는 나

저는 사실, '기획' 업무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분석' 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죠.

기획을 잘 하려면 큰 숲을 보면서, 그 숲 속의 나무도 잘 볼 수 있는 폭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저는 나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그 나무들이 어떻게 숲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능숙하지 않습니다. 저와 일을 같이 하던 선배들이 제게 많이 해준 말이 "큰 나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라는 것에서도 제 성향이 잘 드러나지요. 

 

또한, 기획이라는 일이 가지고 있는 업무의 무게감도 부담스럽습니다. 기획자는 실제 매출이나 손익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영업, 마케팅, 개발 등에서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기획자는 각 영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 업무 영역에 대한 이해도 없이 숫자와 회사의 전체 전략만 보고 만들어내는 사업 기획서는 탁상 공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영업, 마케팅, 개발과 같은 소위 '현장'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기획서가 되지요.

 

탁상공론 문제를 떠나서도 사업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 자체가 한 사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획자는 정말 신중하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탁상공론의 문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등을 볼 때 기획 업무는 정말 그 업무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다시 제안했을 때, 두 번이나 거절했던 것도 크게 위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즉, 이러저런 이유로 기획 업무를 계속 고사했으나, 세 번째는 결국 응하게 되었지요.

 

직무 전환의 시점에 해본 업무 역량에 대한 단상(斷想)

세 번째 제안에 결국 기획 업무를 맡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기획을 잘 하기 위해 내가 가진 업무 역량은 무엇일까?' 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나름 좋은 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업무 역량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죠. 소위 하드 스킬셋(Hard Skillset)이라 불리는 엑셀, 파워포인트, SQL 활용 수준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도 있고, 분석력, 소통 능력, 발표력, 논리적 사고력 등과 같은 소프트 스킬셋(Soft Skillset)도 있습니다.

이번에 '가장 중요한 업무 역량'에 대해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소통 능력' 입니다. 소통 능력은 어떤 업무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업, 마케팅, 재무, 기획, HR, 개발, 연구 등 모든 영역에서 소통 능력은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특히, '내 방향성과 관련된 사람들의 방향성을 맞추는 능력' 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영업 담당자가 유통 담당자와 생각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 담당자의 제안서는 유통 담당자를 설득하지 못 할 것입니다.
만약, 마케팅 담당자가 개발 부서와 생각을 맞추지 않는다면, 개발자가 만든 제품의 특징과 무관한 내용으로 고객과 소통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획 담당자가 다른 부서들과 방향성을 맞추지 않는다면, 기획에서 낸 전략 방향성은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소통 능력은 다양한 부서에서 핵심 역량으로 꼽힙니다. 제가 다시 기획 업무를 하게 된 것도 다양한 업무를 해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업무 역량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생각보다 나 자신이 소통에 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회사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으로 꽤 알려져 있기도 하고, 각종 회의에서 진행자(Facilitator)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내 동일 직무간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의 리더 역할도 2년 정도 했었고, C-Level과 조직원 간의 소통 창구 역할도 했죠. 모두 소통 능력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과거 경력들이 저를 소통에 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건 소통이 잘 되면 절반은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에, 숲을 보는 눈이 부족해도, 기획의 업무 무게가 부담스러워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제안에서 결국 하겠다고 말했던 것은 이와 같은 '업무 역량'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꽤나 혼쾌히 알겠다고 했거든요. 

 

소통을 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후배 사원들에게도 강조하는 소통

 

제가 후배들에게 회사 생활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딱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소통 능력' 과 '태도' 입니다.

소통 능력이라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하고 있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자주 만나서 대화하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 도 되겠네요. :)

태도는 이런 소통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일이건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관점으로 일을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소통이란 인간이 사회적이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수많은 성격의 사람이 한데 모여 일하는 또 다른 사회이죠. 그렇기에 회사에서 잘 적응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기획이라는 업무를 하기 위해 소통을 생각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