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나라1 [책리뷰/시리즈/2회차]: <설국>을 읽다. – ②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 속의 이야기들이 깨어났다” 1. 첫 문장에 깃든 설국의 모든 것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밤이 흰 눈으로 희미해지고, 기차는 작은 신호소 앞에 멈춰 선다. 맞은편 좌석의 여인이 다가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찰나―찬 공기, 눈송이, 그리고 낯선 설경이 독자의 시야를 파고든다. 『설국』을 다 읽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와 이 문장을 열댓 번쯤 곱씹다 보면, 긴 터널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눈의 나라’로 이송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일본 문학계가 ‘명문장’이라 부르는 이유도 그 압축성 때문이다. 불과 한 줄로 “현실 → 경계 → 환상”을 뛰어넘는 장면 전환, 독자 각자의 머릿속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잔상―결국 첫 문장은 작품 전체의 미학을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다. 지금도 일본 드라마, 만화, 광고에서.. 2025. 7. 21. 이전 1 다음